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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 날 것, 연마되고, 입은RAW, POLISHED, COATED
2021년 9월 9일(목)~10월 17일(일)
서울시 마포구
2021-09-12
이희준: 날 것, 연마되고, 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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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스페이스소
다소 먼 발치에서 본 작업의 첫인상은 마치 켜켜이 쌓인 종이 뭉치를 조감하는 기분이 들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캔버스 화면 위에 종이로 인쇄된 사진을 배접하여 하나의 켜가 형성되고, 그 위에 작가가 직접 만든 스퀴즈를 이용하여 기하학적인 색면의 켜를 덧붙여 얇지만 깊은 하나의 겹이 생성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진은 대부분 여행 중 촬영한 이미지라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겹 사이에서 온도 차가 느껴졌다. 차가움과 따뜻함, 구체적인 형상과 추상적인 이미지, 직선과 곡선의 차이가 만든 대비 때문이었다. 이처럼 이희준은 사진과 판화적 요소를 사용하여 그리기의 방식을 전유하고 정보와 감각을 혼합한다. 동시대 미술에서 사진 이미지를 작업의 모티브로 사용하는 게 낯선 게 아니지만, 그가 사진을 대하는 방식엔 약간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작가가 선택한 사진은 시각성보다 촉각성이 두드러진다. 즉 도상이 의미가 아닌 감각적 경험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섣불리 가정을 해보면, 기계적인 공정과 인간적인 흔적을 포개어 어떤 미학적 균형을 찾아가는 작가의 모습이 떠올려진다. 겨우 한두 겹의 납작한 켜 사이에 기억과 기록, 그림과 회화, 과거와 현재가 꽤 견고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작가는 작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세계를 어떻게 회화로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꾸준히 탐구하였다. 경관을 재현하기보다 경관의 일부를 분석적으로 재구성한다거나, 세계의 부피를 편평하게 바꾸어 대상을 형태를 가진 색의 조합으로 단순화한다. 회화 속 세계는 점점 더 수직과 수평의 선들로 이뤄진 구조적 성격이 강해졌다. 이번 전시는 그리기라는 회화의 가장 오랜 관습이 어떻게 촉각과 연결되어 전유를 일으키는지를 작업 공정과 미술사적 시각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특히 (2020) 전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판화 제작 공정과 유사한 작업 방식은 시각 중심의 그리기가 아닌 손을 통한 “만짐과 만져짐”이라는 현상학적 미학을 드러내는 가능성으로 제안하고 싶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이번 전시 작업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1)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을 A4 용지 위에 잉크젯으로 인쇄한다. 2) 사진 이미지는 캔버스 크기와 인쇄 용지의 비율에 따라 분할 인쇄된다. 3) 마치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캔버스를 준비하듯 인쇄물을 화면 위에 꼼꼼히 접착한다. 4) 접착된 사진 이미지에 어울리는 색과 형태를 찾는다. 5) 흔한 우드락 폼으로 일회용 스퀴즈를 만들어 기하학적인 형태의 색면을 ‘그린다’(이 스퀴즈는 꽤 견고한 편이라 실제로는 다회용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인쇄된 A4용지를 캔버스에 붙이는 과정은 일정한 크기의 규격품을 벽에 붙이는 미니멀리즘 조각의 공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1960년대 등장한 미니멀리즘 회화는 오랫동안 미술을 구성해온 이미지와 의미의 관계를 해체하고 그것의 물성과 다양한 감각적 측면을 부각한다. 주관적인 감상이나 심상과 같은 낭만주의적 예술관을 낱낱이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특히 회화에 덧씌워진 초월성의 유혹을 벗겨낸다. 이러한 경향을 가장 잘 보여준 작가로는 로버트 라이먼(Robert Ryman)을 꼽을 수 있다.그는 자신을 리얼리스트라고 강조하면서 회화를 구성하는 화면과 지지대의 관계를 공간과 자연광으로 확장뿐만 아니라 캔버스를 대신하는 다양한 재료 실험으로도 유명하다. 알루미늄, 강철, 유리섬유, 플렉시 글라스, 비닐, 신문지, 벽지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버거울 정도다. 마스킹 테이프도 그의 회화를 구성하는 주요한 질료가 된다. 라이먼의 대표작 클라시코 5

사실 회화의 역사는 양식적 차이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쓰였다. 알다시피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화가들의 몸부림은 모더니즘을 이끌었지만, 그것만으로 충족할 수는 없었다. 예술은 여전히 완벽한 해방이라는 명제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으며, 따라서 예술의 매체를 막론하고 이러한 실험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희준은 미술사의 궤적을 따라 재현의 길목에서 현실을 드러내는 사물의 정체성을 지우는 추상의 골짜기를 통하여 이동하는 중이다. 마치 순풍을 맞으면서 자연스럽게 구상에서 추상으로 나아간 것 같지만 예술가의 고민은 분야, 매체, 장르와 무관하게 세계의 인식을 어떻게 해석하고 보여줄 것인지에 있다. 회화는 한 번도 완성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 어떤 매체보다 더 큰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다. 예를 들어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의 회화는 무언가를 묘사하는 그림과는 달리 시간의 켜와 생각의 흐름의 순전한 기록이지 않았는가. 장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마틴의 작업실 풍경만큼 그의 붓과 도구들은 지나칠 정도로 일상적인 사물이었다. 이희준도 마찬가지다. 인쇄된 A4용지를 꼼꼼한 손끝으로 배접하는 모습과 일회용 스퀴즈를 물감을 밀어 추상적인 형태를 만드는 행위는 회화적이라기보다 수공적이란 표현이 더 어울린다. 화면을 채우고 있는 흑백의 이미지와 물감의 존재는 회화란 보는 대상에서 만지는 감각으로 나아간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그의 회화에는 세 겹의 촉각으로 형성된다. 망막에 맺힌 상, 배접의 과정 그리고 스퀴즈로 뭉개어진 물감의 자국으로. 이들은 가역적 관계로 엮여 있다. 따라서 그에게 회화는 기억, 물질, 몸이 섞이는 ‘실존’을 찾아가는 과정의 흔적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전시 <날것, 연마되고, 입은> (2021)은 이희준이 건너온 약 십 년의 고민과 그 시간만큼의 회화 실험을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라 불러도 될 것 같다.
운영시간TIME
화~일요일 11:00~19:00
휴관일HOLIDAY
월요일 휴관
추석 연휴(20일~22일) 휴관
예약하기
전시참여PARTICIPATION
· 이희준
작가소개ARTIST
내용없음
전화PHONE
+82 (0)2-322-0064
관람료FEE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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