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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물리적인 재회가 불가능해지는 헤어짐을 모두 애도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때 파생되는 감정들을 슬픔, 공허함, 아쉬움 따위의 단어들로 에둘러 말할 수 있다면, 이러한 추상적인 감정들이 선연히 피부에 와닿는 순간은 사랑하는 대상의 존재론적인 “없음”을 날카롭게 느끼는 찰나일 것이다. 그때 우리는 부재의 공간으로 진입한다.
부재란, 사랑하는 대상이 “더 이상 내 곁에 존재하지 않음”이라는 공백을 확인하는 동시에 부재한 장소를 직시하면서 그 대상이 나와 어떠한 관계로 얽혀져 있었다는 기억의 뼈저린 되새김질이다. 그리고 부재의 장소로 들어가는 첫 번째 단계는 어떠한 대상이 “…있었다”는 것을 통렬하게 감각하는 순간일 것이다. 그것은 그 대상이 더 이상 물적으로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명백한 확인이면서 나와 대상 사이에 이어져 있던 심적인 연결 고리가 강제적으로 끊어진 지점을 말한다. 그 지점은 더이상 추상적일 수 없다. 슬프고, 그립고 아쉬운 감정의 통각은 육체를 가진 우리가 보이지 않는 부재를 감각한다는 유일한 증거이니까.
고혜령 작가는 사진 콜라주와 연필 드로잉으로 사랑하는 대상들의 순간적인 모습을 포착한다. 지난 작업에서는 어머니를,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분신인 아기의 모습들을 붙잡아 두었다. 눈 깜짝할 새 빠르게 성장하고 변하는 아이의 몸짓들은 그 순간에만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사진의 현전성은 잠시 빛났다 사라진 순간, 즉 부재의 시공간을 마술적으로 우리 눈 앞에 제시해주지만 이미 지나간 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고 상실의 소실점으로 사라져갈 뿐이다. 작가는 사진에서 특정한 부분을 오려내 붙이고 연필 드로잉으로 여백의 빈 자리를 메우면서 사진과 드로잉의 영역을 한 프레임 안에 공존시키거나 전후방의 위치를 역전시키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프레임들은 끊임없이 서로 교차된다. 따라서 사진 콜라주와 드로잉은 결코 재현을 대신하는 기법이 아니라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순간’을 ‘지금 여기’로 소환하는 작업이며, 순간과 순간 사이의 끊어짐과 이어짐의 관계를 선명하게 하는 일이다.
그러나 차마 흘려보내기 아쉬운 순간들을 붙잡아 두려 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로 인해 슬픔과 애도에 침잠하려는 누군가를 보고 현실은 하루빨리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라 보챈다. 그것들은 삶을 지속하는 데 걸림돌일 뿐이고 속히 정서적인 평온의 상태로 돌아오기 위해 떨쳐내야 하는 주변화된 감정들인 것이다.
장수영 작가는 이러한 감정들을 억지로 극복하거나 서둘러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2017년부터시작된 작가의 <Rub and Flow> 연작은 소프트파스텔을 문지르고 쓸어가며 인간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Rub and Flow> 작업의 연장선으로 특히 슬픔과 상실이라는 감정을 끝까지 밀고 나가며 그 흐름의 변화에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긴 과정들이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3원색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애도하면서 생겨난 감정들을 밀거나 비벼 나가면서 느낀 정서들을 시각화한 것이다. 특히 세 가지 색깔이 한데 섞이며 생겨나는 검정은 작가가 작품 안에서 시도한 색채적인 실험이자 도전이기도 하다. 증폭되고 생기하다 자연스레 떠나가는 상실의 감정, 그러다 또 문득 찾아오는 그리움. 그에 맞춰 3원색이 서로 스며들거나 겹쳐지고 화해하면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색채들로 인해 검정은 칠흑같은 어두움이 아니라 유채색의 밝음을 품은 오묘한 가능성으로 나타난다. “있었다”의 동의어는 그때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와 같은 물리적인 없음 그 자체가 아니다. 먼저 떠나간, 떠나보낸 이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추억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늘 그 자리에, “있다.”
그러나 환상통을 끌어안는다는 것은 부재의 고랑을 확인하는 것을 끝으로 그 자리에 한없이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나를 끊임없이 이어 붙이려는 부단한 애씀이다. 그 사람은, 그 순간은 더 이상 없지만 없음으로 인해 느껴져 오는 환상통은 다시 말해 나와 그 대상 사이에 있었던 자명한 사랑의 확인이다.
이 전시는 재회가 불가능해진 모든 이별의 순간을 포함한다. 누구나 경험했고 경험할 수 있는, 어쩌면 현재 진행 중일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때의 추상성은 더이상 무형의 개념이나 감정이 아닌 환상통이라는 육적인 증거로 실재하는 영역이다. 그렇기에 “…있었다”의 또다른 이름은 다름 아닌 사랑일 것이다.
운영
· 월~일요일 09:00~18:00
· 휴관일 없음
· 무료 |
문의
· 정보없음
|
참여
· 작가: 송유진, 고혜령, 장수영
· 글: 이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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