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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
2024년 8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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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광학적 작용의 결과이기도 한 색은 미술사의 전개에 있어 예술가들에게 무수히 많은 방법으로 다루어져 왔다. 그중에서도 회화에서의 색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매번 다르게 인식되었으며 누군가에게는 특정한 색이 곧 작업의 근원적 동기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김서울에게 색은 무엇일까? 그는 작품에서 각 색이 가지는 상투적인 상징과 관습적인 사용 방식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대신 색을 표현하는 핵심적 재료 중 하나인 유화 물감의 물리적 성질을 면밀히 해제하고자 한다. 어떤 색은 염료의 특성상 투명도가 높아 거듭 겹쳐 발색해야만 선명한 색을 얻을 수 있지만, 다른 경우 함유된 금속 성분 때문에 보다 무거운 질감을 갖게 된다. 또한 물감이 만나는 캔버스의 표면이나 주변에 놓이는 색에 따라 광택이나 그 느낌이 달라지기도 한다. 말하자면 그에게 색이란 의미를 표상하는 기호이기 이전에 여러 혼합물로 구성된 산업 안료 중 하나이며, 조건에 따라 상이한 모습을 가질 수 있는 변수이다. 이러한 실증적 이해는 화면에서 각 색이 차지하는 면적과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며, 그가 내리는 조형적 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각 재료에 관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나면 본격적으로 빈 캔버스와 작가 간의 독대가 시작된다. 의외로 이 시공에는 선제적인 계획이나 외부의 참조가 개입되지 않는다. 그는 오로지 자신이 이해한 물성을 토대로 조형적 감각을 최대치로 실현하는 데 몰두한다. 밑바탕에 그어놓은 그리드선 위로 하나의 주조색이 칠해지고 나면 그는 그다음 색이 어떻게 진입할 수 있을 지 직관적으로 판단한다. 물감을 긋고 던지고 밀어내는 치열한 과정 속에서 각 색조는 평면 안에 순차적으로 도킹(docking)된다. 때로는 넓은 면이, 긴 직선이나 흩어지는 짧은 선이, 또 가끔은 그들을 받쳐주는 원형이 등장하며 그림의 골격을 조금씩 만들어간다. 작가가 그리기를 멈추었을 때, 각각의 완성품은 개별적인 힘의 상태를 내재한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작가는 격정적인 스트로크로 마무리된 장(scene)에 순차적으로 번호를 붙이곤 이내 덤덤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는 그저 앞선 작업에서 미처 답을 충분히 얻지 못한 물음에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여정을 이어갈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촘촘히 겹친 작가의 고민이 관객에게는 이성적인 판단의 범주를 훌쩍 넘어서는 쾌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보는 이의 시선은 화면을 압도하는 색의 질감과 강력한 붓의 스트로크, 곳곳에 장면의 균형을 맞추거나 깨부수는 기하학적 단서들 위를 끊임없이 오간다. 우리는 그 안에서 앞으로 팽창하고 뒤로 수축하기를 반복하는 에너지의 변주를 마주하게 된다. 그의 회화는 마치 설계도가 없음에도 절묘하게 지어진 건축물을 닮았다. 강도와 궤적이 다른 수많은 색채 분자는 팽팽한 긴장과 조화를 구현하는 추상 구조의 필요충분조건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가 보여준 물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용은 춤추는 색의 연쇄로 드러난다. 사실 예술은 언제나 물리적 기반 위에서 가능한 것이었고 그 둘은 한 번도 떨어졌던 적이 없다. 조금 더 넓혀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인식과 감정도 현실과 엮인 다차원의 물질 위에서 형성된다. 김서울이 천착하고 있는 질문도 예술을 넘어 삶 전체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감정적 수사나 부연적 서사를 걷어내고 캔버스와 붓, 물감이 자신의 고유한 성질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회화를 고안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예상치 못한 인상과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생의 의미에 대해 돌이켜보게끔 하는 것. 결국 김서울은 작품과 나, 주체와 대상 사이의 가장 근원적이고 필연적(essential)인 관계가 형성되는 그 진공의 순간을 상상하고 꿈꾸는 것이 아닐까?
운영
· 수~토요일 12:00~19:00
· 일~화요일 휴관
· 무료 |
문의
· +82 (0)70-8868-9120 · info@thisweekendroom.com |
참여
· 작가: 김서울
· 기획: 디스위켄드룸 · 글: 박지형 · 사진: 고정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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