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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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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교명에게 그리는 행위는 일반적인 그리는 행위와 얼마나 같을까? 작가가 손 대신 기계를 통해 작업할 때, 기계에 학습시키는 언어는 이미지를 코드화하여 입력된 값이다. 2023년의 개인전 《뒤섞인 시선》(로이갤러리 압구정)에서 신교명은 자신이 고안한 AI 로봇 ‘이일오’을 통해서 작업한다. 작가가 기계/기술을 통해서 작업에 끌어오는 점에서,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어선 교류에 시선이 자연스럽게 향한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은 테크놀로지를 통해서 타자화된 나를 내가 보는 점이다. 내 손으로, 내 손이 든 붓으로, 내 정보가 명령어로 번역되어 기술/기계로 시각적으로 출력될 때, 나는 얼마나 나를 닮을까? 풍경이나 심상이 아닌, 나를 내가 보는 행위는 동굴 속에서 내 그림자를 보고 나를 인식한 시기, 더 나아가 나르키소스의 일화에 대표되듯 현존의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나르키소스는 이 일화에서 (물에 비친) 자신을 사랑하게 되어, 그와의 접촉을 원하는 결과 물에 빠지고 만다. 실체와 이미지의 동일화 과정은 신교명의 《뒤섞인 시선》의 근간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나의 연장선에 있는 도구(‘이일오’)가 나를 타자화한다는 점에서 현존에 대한 오랜 문제의식이 발현된 것이다.
《Machina Sapiens》에 소개된 작품을 보면, 명령어를 통해서 인공 지능으로 생산한 형상이 기계로 돌에 새겨져 있다. 오래된 물건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작품은 기계가 인간의 역사에 편입하기를 원하면서 후대—현재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 증거로 동물의 모습과 서 있는 기계의 모습이 같이 새겨져 있다. 기계가 돌에 새겨 그린 이미지는 본인(기계종)이 사냥하는 듯한 모습이다. 인간종의 역사를 보고 (명령어를 입력받고) 배운 기계종이 그린 암각화는 인간이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직선적인 표현에 디지털 기반 오류가 부분적으로 보인다. 역사를 허구의 형태로 만들 때, 기계종은 무엇을 우리에게 보여줄까? 기계종이 그린 이미지를 보고 이해하는 가장 단순한 해석은 이렇다—현재는 기계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의 도래. 그런데 핵심은 기계와 인간의 공존보다는 인간이 기계를 통해서 어떻게 세계를 보는지에 놓이지 않을까? 동물을 사냥하여 포착하는 기계는 시각 정보와 비시각적 정보 사이를 데이터라는 말로 오가는 현재의 모습이다. 사냥하는 듯 보이지만, 동물을 재현된 이미지로 이해한다면 기계가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사냥하는 손에서 눈의 단계, 즉 사진 기술과 영상의 발전은 물론, 알고리즘 정보값에 의해 구현되는 시각 이미지까지 이어져 있는 재현 행위의 역사에서 실체가 (개념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다루어진 역사를 그야말로 포착한다.
기계의 접촉은 무엇보다 돌이라는 대상을 만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Machina Sapiens》에서는 붓으로 더 그려지거나 덧칠해지는 선이 아닌, 깎기 즉 제거의 방법을 통해서 돌의 질감을 드러낸다. 캔버스의 아예 새로운 공간 아닌, 오랜 시간 동안 산에 있었다가 깎이고 절단되고, 이 전시장에 오기까지 쌓인 시간적 과정이 돌에 담겨 있다. 이 위에 선을 덧붙이는 대신 새겨 나갈 때, 기계는 암석에 응축된 시간을 만난다. 돌의 종류에 따라 잘 새겨지거나 그러지 못한 그림이 표면에 남는다. 기계에 입력된 명령어보다, 돌은 다양성도 구체성도 없다.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시간을 간직한다. 그 위에 남겨지는 그림은 명령어와 데이터화 과정에서 입력 체계로 자리잡은 글자가 아닌, 상형문자와 같은 이전의 언어처럼 보인다. 쓰는 언어보다 ‘말하는’ 언어가 우세하던 시대에서, 현존은 보다 내 신체적 감각과 결부되어 있었다. 이처럼 오래된 역사에 기계가 있었다는 신교명의 사변적 실험은 기술과 예술의 관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실체를 건드린다. 인간의 역사보다 기계의 생애주기는 오래 가지 않는다. 과거가 없고 ‘최신’만 있는 기술에, 오래전의 역사를 가지고 오면서 현존을 통해 접촉하는, 세계라는 새로움을 대면시킨다.
운영
· 화~토요일 13:00~19:00
· 일~월요일 휴관
· 추석 연휴 (9월 16~18일) 휴관 · 무료 |
문의
· +82 (0)10-4051-5544 · roy@roy.gallery |
참여
· 작가: 신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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